#2. 극장경기의 명수, 리버풀 기적의 FA컵 우승 05-06시즌
0405시즌 ‘이스탄불의 기적’이라는 축구계의 대명사를 만들어내면서 극장경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리버풀 FC. 0506시즌에도 리버풀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고 있어도 언제나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들어내는 리버풀의 그 뜨거웠던 0506시즌을 살펴보자.
<0506 FA컵 우승의 주인공, 리버풀FC>
▼ 05/06 시즌 ‘캡틴 제라드’, 리버풀을 FA컵 우승으로 이끌다
리그 3위, UEFA슈퍼컵 우승(vsCSKA모스크바), 챔피언스리그 16강(vs벤피카)
FA컵 우승(vs웨스트햄), 리그컵 32강(vs크리스탈팰리스)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에 부임하자마자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룬 후,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베니테즈 감독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세대교체를 시작했고 자신의 선수들을 더 영입하며 새로운 시즌을 구상했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바로스, 스미체르를 방출하고 크라우치를 영입했고 두덱 대신 레이나를 영입하여 기용했다. UEFA 슈퍼컵에서 시세와 모리엔테스의 활약으로 CSKA 모스크바를 3대1로 물리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고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에 입성한지 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과 UEFA 슈퍼컵을 들어올렸다.
05/06시즌 | ||||
주요선수이적 | 시즌 리버풀 최다득점자순 | |||
IN | OUT | 1 | 스티븐 제라드 | 53경기 23골 |
아게르, 로비파울러, 크라우치, 레이나, 마크곤잘레스, 젠덴 모모시소코 |
밀란바로스, 스미체르, 엘하지디우프 |
2 | 지브릴 시세 | 54경기 19골 |
3 | 피터 크라우치 | 49경기 13골 | ||
4 | 루이스 가르시아 | 50경기 11골 | ||
5 | 모리엔테스 | 46경기 9골 |
리버풀의 빈곤한 득점력, 마이클오웬 이후 대형 스트라이커의 부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무리뉴의 첼시가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리버풀은 맨유와의 순위 경쟁 끝에 3위를 차지했다. 리버풀에게 아쉬운 점은 리그에서 단 6패만 기록했음에도 무승부를 많이 거두어 우승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리버풀이 리그에서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한 이유는 대형 공격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랐던 마이클오웬 이후로 리버풀에는 대형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리버풀은 오웬 이후, 밀란바로스, 지브릴시세, 피터크라우치, 로비파울러, 모리엔테스 등 다양한 유형의 공격수를 썼지만 페르난도토레스(0708시즌 33골)가 오기 전까지 팀내 최다득점이 0405시즌 13골(밀란바로스), 0506시즌 23골(스티븐제라드), 0607시즌 18골(피터크라우치)에 불과했다. 아래 <표>는 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자 10위까지의 목록인데 리버풀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당시 리버풀 선수들은 리그에서 제라드 32경기 10골, 시세 33경기 9골, 크라우치 32경기 8골, 가르시아 7골을 기록했다. 이는 리버풀에서 공격수의 득점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자 | |||
순위 | 득점자 | 소속팀 | 골수 |
1 | 티에리 앙리 | 아스날 | 27 |
2 | 루드 반니스텔루이 | 맨유 | 21 |
3 | 대런벤트 | 찰튼 | 18 |
4 | 로비킨 | 토트넘 | 16 |
프랭크 램파드 | 첼시 | 16 | |
웨인 루니 | 맨유 | 16 | |
7 | 말론 헤어우드 | 웨스트햄 | 14 |
8 | 크레이그 벨라미 | 블랙번 | 13 |
야쿠부 | 미들즈브러 | 13 | |
10 | 앙리 카마라 | 위건 | 12 |
디디에 드록바 | 첼시 | 12 |
리버풀은 리그에서 57득점을 기록하며 첼시, 맨유(72득점), 아스날(68득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득점력을 기록하였다.반면 수비진영에서는 리그 1위를 기록한 첼시에 이어 단 25실점만 기록하였고 골키퍼 레이나는 무려 리그 20경기에서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골든골로브를 수상했다. 수비수 캐러거는 PFA 올해의 팀에 제라드와 함께 이름을 올렸고 제라드는 PFA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을 기록했다. 당시의 리버풀에게 아스날의 킹, 티에리 앙리와 같은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면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무관의 역사는 이미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05/06 | 팀 | 승점 | 골득실 | 경기수 | 승 | 무 | 패 | 득점 | 실점 |
1 | 첼시 | 91 | 50 | 38 | 29 | 4 | 5 | 72 | 22 |
2 | 맨유 | 83 | 38 | 38 | 25 | 8 | 5 | 72 | 34 |
3 | 리버풀 | 82 | 32 | 38 | 25 | 7 | 6 | 57 | 25 |
4 | 아스날 | 67 | 37 | 38 | 20 | 7 | 11 | 68 | 31 |
챔피언스리그는 1, 2, 3차 예선전을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조별예선에서 첼시, 레알베티스, 안더레흐트가 있는 G조에 배정되었다. 리버풀은 첼시와의 경기에서 2무를 거두면서 무패(3승 3무)로 조별예선 1위로 통과하였다. 하지만 16강에서는 벤피카를 만나 원정(0대1 패), 홈(0대2 패)에서 모두 패하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리버풀은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조별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토너먼트 1라운드 탈락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또한 리그컵에서는 크리스탈팰리스를 만나 2대1로 조기 탈락하였다.
FA컵 16강에서는 숙적 맨유를 격파하고 8강에서는 버밍엄을 7대0으로 대파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다. 4강에서는 첼시를 만나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이른 시간 리세의 중거리슛과 가르시아의 쐐기골로 2대1로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캡틴 제라드의 원맨쇼, 기적적인 05/06 FA컵 우승
결승전 상대인 웨스트햄은 리버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팀(4강 미들즈브러/8강 맨시티/16강 볼튼)을 꺾고 올라왔고 전력상 열세(05/06시즌 9위)였다. 여러 매체들은 리버풀이 쉽게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승전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갔다. 리버풀은 전반21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땅볼크로스를 캐러거가 자신의 골문으로 차 넣으면서 1대0으로 끌려갔다. 불과7분 뒤 웨스트햄의 에더링턴의 슈팅을 레이나가 제대로 키핑하지 못하면서 애쉬튼에게 골을 내주고 말았다. 리버풀은 10분이 채 되기 전에 수비실책으로 다시 실점하면서 무너지는 듯 했다.
2대0으로 끌려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버풀에게는 스티븐 제라드가 있었다. 전반32분 센터서클을 조금 넘은 지점에서 제라드의 어시스트를 받은 시세가 기가 막힌 발리슛으로 추격골을 만들었다. 전반전은 2대1로 끝났지만 리버풀은 한 골 만회하면서 역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54분 제라드는 크로스 상황에서의 루즈볼을 특유의 강슛으로 연결시켜 2대2 동점골을 만들었다. 하지만 64분 웨스트햄 콘체스키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리버풀은 다시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웨스트햄에 3대2로 끌려가는 상황, 정규시간 90분이 다 지나가고 05/06시즌 FA컵 우승의 주인공은 거의 결정된 듯 했다. 하지만 추가시간을 알리는 장내 음성이 나오는 순간,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는 중거리슛으로 기적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또다시 리버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경기는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리버풀은 어려웠던 상황에서 다시금 지난 시즌의 기적을 연출하는 듯 했다. 승부차기에서는 두덱 대신 레이나가 있었다.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레이나가 자모라, 콘체스키, 안톤 퍼디난드의 킥을 선방하면서 리버풀은 결국 드라마틱한 FA컵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승부차기 결과가 확정된 후 리버풀 선수들>
리버풀은 레이나의 선방쇼로 승부차기 끝에 FA컵 우승을 결정지었지만 결승전의 주인공은 단연 제라드(2골 1도움, 평점 10점)였다. 웨스트햄과의 05/06 FA컵 결승전은 ‘제라드의, 제라드에 의한, 제라드를 위한’ 경기였고 역전에 강한 리버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리버풀은 04/05 시즌에 이어 05/06 FA컵 결승전, 어려웠던 경기를 뒤엎으며 소위 ‘극장’ 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에 부임한 후, 2년 동안 뛰어난 용병술을 보여주며 챔피언스리그, FA컵에 우승하며 토너먼트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05/06시즌 리그에서는 첼시, 맨유에 밀려 3위에 그쳤지만 베니테즈는 과거 선수들을 내보내고 자신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자신의 팀에 색깔을 더해갔고 다음 시즌 리버풀의 행보에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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